펭귄은 왜 날지 못할까? 2025년 06월 01일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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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왜 날지 못할까?
진화로 읽는 비행을 포기한 새의 이야기
세상에는 다양한 새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펭귄(Penguin)은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겉모습은 분명 새처럼 생겼지만, 하늘을 날기는커녕 물속에서나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펭귄은 왜 날지 못할까요? 단순히 날개가 약해서일까요? 아니면 체형 때문일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아래에서는 펭귄이 비행 능력을 상실한 이유를 해부학, 생태학, 진화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펭귄도 새는 맞다 – 하지만 독특한 새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펭귄은 분명히 조류(새)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학술적으로 펭귄은 조강(Aves), 펭귄목(Sphenisciformes), 펭귄과(Spheniscidae)에 속하는 해양조류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새들과는 달리, 펭귄은 공중이 아닌 물속에서 비행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이 점이 펭귄의 가장 큰 특징이며, 바로 이 특징이 펭귄의 진화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2.진화적 선택의 결과
펭귄은 약 6천만 년 전, 지금의 남반구(남극 대륙 근처)에서 기원했습니다. 이 지역은 대부분 바다로 둘러싸인 추운 환경으로, 새들이 살아가기엔 척박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는 먹이가 풍부했고, 천적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에 따라 펭귄은 하늘이 아닌 바다로 뛰어든 새가 되었고, 수영과 잠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가 진행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펭귄은 날개의 기능을 잃는 대신,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오리발 형태의 지느러미’로 변화했습니다. 즉, 펭귄은 비행 능력을 버리는 대신 수중 생활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진화는 언제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펭귄에게는 하늘을 나는 것보다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능력이 훨씬 더 유리했던 것이죠.

3. 무거운 몸과 단단한 뼈
일반적인 새들은 가볍고 속이 빈 뼈(공기골)를 가지고 있어 비행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펭귄은 단단하고 무거운 뼈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물속에서 잠수할 때 부력을 줄이고, 깊은 바다로 쉽게 내려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펭귄은 지방층이 두껍고, 근육량도 높기 때문에 몸 전체가 상대적으로 무겁습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하게 되고, 이는 비행을 하기엔 비효율적인 구조가 됩니다.
이처럼 펭귄의 체형 자체가 비행에 적합하지 않은 무게 중심과 구조로 바뀐 점 역시 날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4. 날개 구조의 변화
펭귄의 날개는 겉보기엔 작고 단단하며, 새들의 날개와는 다릅니다. 이 날개는 깃털이 적고, 유연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추진력을 내는 데 최적화된 ‘노’ 형태입니다.
펭귄은 물속에서 날개를 사용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날갯짓을 하며 헤엄치며, 이로 인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습니다. 어떤 펭귄 종은 수면 아래에서 시속 30km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즉, 펭귄의 날개는 진화적으로 보았을 때 비행 기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수영 기능으로 ‘전문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펭귄에게 날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
비록 펭귄이 하늘을 나는 데는 실패했지만, 날개는 여전히 생존에 중요한 도구입니다. 펭귄은 물속에서 먹이를 사냥할 때 날개로 방향을 조절하고, 회피 동작을 합니다. 일부 펭귄은 날개로 자신과 알을 보호하거나, 암컷과의 구애 장면에서 날개짓을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펭귄의 날개는 형태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진화적 도구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6. 펭귄 외에도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
흥미롭게도 펭귄 외에도 날지 못하는 새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타조, 에뮤, 키위, 레아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육상에 적응하면서 비행 능력을 상실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펭귄은 그들과 달리 수중 환경에 적응한 유일한 비행불능 조류라는 점에서 독특한 진화 경로를 보여줍니다.

결론 – 하늘 대신 바다를 선택한 새, 펭귄
펭귄이 날지 못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신체적인 한계 때문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 대신, 바다를 지배하는 새가 되기로 한 것이죠.
그 결과, 펭귄은 날 수 없지만 수중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고 민첩하게 사냥하며 살아가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오늘날 남극과 남반구의 상징적인 생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펭귄은 비행을 포기했지만, 그 대가로 바다를 자신의 하늘로 삼는 진화적 성공 사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